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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15 21:23
불자님 법우님 여러분들 안녕하세요.
부처님 오신 날을 궂은 날씨 속에서나마 뜻 깊게 보내셨겠지요.
나는 작년처럼 홍천의 한 도량에서 봉축법요식에 참석했습니다. 그리고 보름도 더 지난 지금에야 늦었지만 불자님 법우님들의 안부를 묻습니다. 여전히 건강을 조심해야 하고 그런데도 강의가 적지 않아 이리 저리 여유를 찾지 못해서 이제야 글을 올려봅니다.
부처님의 탄생은 기본적으로 재생(再生)의 형식을 띱니다. 이전의 도솔천에서 삶을 마감하고 이 사바세계에 다시 태어나셨으니 분명 재생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부처님이 탄생하신 것을 재생이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그러면 무어라고 부를까요?
재생은 인도말로 upapāda입니다. 이 술어는 탄생 또는 일생을 뜻하는 jāti와 다르고, 생멸(生滅)할 때의 생(生)인 utpāda와도 다릅니다. 그럴 때 동아시아 문화권에서는 upapāda의 의미를 다른 두 단어보다 참으로 깊이 천착하였으니, 다음과 같은 번역을 통해 그 뜻을 구체화하였습니다.
1. 전생(轉生)-범부의 경우; 부질없이 되풀이 되면서 대해(大海)의 물보다 더 많은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윤회 전생이 범부의 재생 양상이겠죠.
2. 왕생(往生)-정토행자; 왕생 극락이라 할 때의 왕생의 원어도 재생을 뜻하는 upapāda입니다.
3. 화생(化生)-수행자; 아직 아라한을 이루지 못한 수행자가 색계천상이나 무색계천상에 재생할 때를 화생이라고 하는데, 그 화생의 원어 opapātika도 바로 upapāda에서 온 말입니다.
[4. 불생(不生)-아라한] 아라한은 생전에 열반묘심(涅槃妙心)을 이미 얻었으니, 죽음을 맞이해도 죽음의 충격파에 열반묘심이 추호도 흔들리지 않아 불요부동(不撓不動) 여여일여(如如一如)라! 이른 바 생사일여(生死一如; 여기의 生은 jāti)이니 더 이상 재생이 없어 불생입니다.
5. 원생(願生)-불 보살; 보살마하살의 경우 현법열반(現法涅槃)을 이미 성취한 성자로서의 사후이니 당연히 열반의 경지이지만, 다시 재생한 뒤에도 그 열반묘심은 추호도 이지러지지 않으니 불요부동 여여일여[一如]입니다. 이른 바 사생일여(死生一如; 여기의 生은 upapāda)의 궁극적 지점이라 원생이라 합니다.
그래서 부처님 오심을 맞아 생각해 봅니다.
우리는 지금 어떤 재생을 준비하고 있는 걸까요?
어떻게 되겠지 하며 안일하게 살다가 결국 고통의 윤회 전생으로서의 재생에 떨어지는 것이 우리의 거취일까요?
그래도 나름 정토업을 지어 극락을 기대할 수 있음이 우리의 미래일까요?
어찌 보면 색계 무색계의 상이계(上二界)에 화생하게 하는 삶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줄 모르니, 아라한의 불생이나 불 보살님들의 원생은 언감생심일 줄 모르는데 말입니다.
부처님 오신 뜻은 최소한 전생(轉生)엘랑은 떨어지지 말고,
못해도 왕생,
이왕이면 화생, 불생을 거쳐
궁극적으로 원생하라는 것일 텐데 말입니다.
부처님 오신 날 오후 약우(藥雨)가 참으로 고맙게 마른 산천을 적시는 것을 보면서 단상에 잠겼던 것을 이제야 글로 옮기며 다시 물어 봅니다.
우리는 지금 어떤 재생을 준비하고 있는 걸까요?
2023.06.15 21:47
2023.06.18 23:59
부처님께 "살아 있는 동안 열심히 정진하여 윤회의 고통으로 부터 벗어 나기 발원합니다"라며
삼배를 올려 왔지만, 공부를 하면서 쉽게 발원 할 사항이 아님을 때마다 느끼곤 합니다.
그러나 발원은 크게 해야한다고......
이생에서의 공부가 '면삼악취' '불종자를 심을 수 있다'는 교수님의 말씀을 위로 삼고
궁극적으로 원생하라는 부처님 말씀을 새기면서 오늘 밤도 "그 간의 공부'를 염하겠습니다.
2023.06.19 15:02
선생님, 부처님 오신 날 법어를 내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저에겐 참으로 깊이 생각해봐야 할 주제입니다. 그러나 세파에 시달리다 보면 이런 생각이 멀어지곤 합니다.
저는, 轉生, 往生, 化生, 不生, 願生 중 최소한 化生은 되어야 세상에 온 보람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뜻대로 될지는 잘 모르지만요. 더 나아가 不生까지도 생각해보지만 쳐다보기 어려운 곳임을 알아서 …. 어쨌든 남은 생 동안 化生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선생님을 필두로 하여 모두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 )
2023.06.23 14:06
교수님. 정진하겠습니다
계본방호부터 돌아보겠습니다
2023.06.24 15:29
병고 때문에 퇴직을 하고도 올 봄까지 어머니를 간병하느라 몸 상태가 심각해졌습니다. 궁리 끝에 치료를 위해 전철역 근처에 집을 계약하고 양한방 다방면으로 노력 중입니다. 그리고 지난주 금요일 부친상을 당해 일이 많았습니다. 삶 자체가 보살행이고 화두인 날들과 본받고 싶은 스승님 문하에서 공부하는 시간들이 있다면 그것은 행복일 것입니다. 저도 원생을 준비하며 살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건 꿈이고 전생은 하지 말자고 다짐해봅니다..
부처님 오신 날을 맞이하여 재생에 대한 법문을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우리는 지금 어떠한 재생을 준비하고 있는 걸까"에 대하여 부끄럽게도 저는 지금의 공부로는
輪廻轉生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마음은 열심히 공부하여 不生을 이루고 싶으나 저의 노력의 자세로서는 많이 부족함을 느끼면서
교수님께서 법문하신 뜻을 이해하기로는 보다 좋은 재생을 선택하여 전심전력 노력하라는 채찍
으로 받아드리겠습니다. 심기일전하여 노력을 다짐하겠습니다.
일깨움을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성암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