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05.07 14:59
<<금강경>> 제7 <무득무설분>에는 “無有定法, 名阿耨多羅三藐三菩提”이며, “亦無有定法, 如來可說”이라고 설해져 있다. 어찌하여 부처님의 깨달음인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정해진 법이 아니라고 하며, 일대의 설법조차 역시 정해진 법이 아니라고 선언하신 걸까?
이 의문은 교화라는 대의명분을 염두에 두면 다소 해결된다. 교화는 기본적으로 육근이 육경을 향하여 이루어진다. 중요한 것은 육경의 복수성이다. 교화 대상의 지적 정서적 의지적 다양함과 생존 배경의 다종다양함을 전제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이미 부처님의 십력에는 네 번째 다섯 번째 여섯 번째로 “넷째 중생이 지닌 진리에 대한 인지능력의 높고 낮고 열등하고 우수한 것을 여실히 아는 지력, 다섯째 중생의 여러 가지 의욕과 경향을 여실히 아는 지력, 여섯째 중생세계의 성질과 종류를 여실히 아는 지력”이 명언되어 있다.
교화대상자로서의 중생이 다종다양하니, 전달내용인 삼보리라 하더라도 교화대상자들에 맞추어 다종다양한 판본으로 전개되어야 하고, 전달방법으로서의 설법 또한 당연히 다종다양한 모습으로 개진되어야 하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다. 그러니 부처님의 삼보리라 하더라도 한 가지 판본으로 정해져 있을 수 없고, 부처님의 설법이라 하더라도 역시 한 가지 모습으로 고정될 수 없으며, 고정되어서도 안 되는 것이었다.
무슨 말인가? 불교의 교화는 당연히 대상자 맞춤형 교화여야 한다는 말이다. 전달자 위주의 교화가 아니라 교화 받는 수혜자 위주의 교화여야 된다는 뜻이다. 그러기에 대승의 보살마하살들은 집중적으로 교화대상자들을 위한 맞춤형 교화가 가능하도록, 연마에 연마를 거듭하고 수련에 수련을 거듭하는 분들이라 보아도 좋을 것이다.
그래서 그분들은 철저히 이웃과 타인에 공감하는 능력을 키우려고 애쓰는 것이며, 남에게 필요한 일을 해주는데 솔선수범하는 분들로 그려지니, 대수고(代受苦)라는 표현의 현실적인 의미에는 그런 뜻도 분명 있을 것이다.
이번 주 화요일 나는 정말 가슴에 탄내가 올라오도록 충격적인 슬픔을 겪었다. 바로 대전의 이주일 거사가 유명을 달리한 것이다. 내가 아는 이들 중에 가장 대승적 보살마하살의 품격을 지닌 인사가 세상을 떠난 것이다.
2018년 8월 그러니 햇수로는 벌써 5년 전에 지리산 우듬지를 낙처로 정하고서는 공부에 도움이 될 수 있게 만들려고 나로서는 부단히 애를 썼다. 하지만 혼자 힘으로는 시간적으로 기술적으로 미치지 못했다. 해서 이만저만 고민이 아니었는데, 이듬해 2019년 8월 이 거사를 만나면서 모든 어려움이 해소되었다. 이 거사는 내가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먼저 알아서 필요한 시설에 대한 의견을 꺼내었고, 그렇게 의견을 낼 때는 자신이 실행에 옮기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었다.
그리하여 꼭 2년 전인 2020년 5월에는 우듬지 소나무 그늘 아래 너른 평상을 만들어주었다. 몸소 전기 톱을 구해 와서 인근 잣나무 밤나무를 쏙아 주면서 동시에 거기서 나온 나무로 훌륭한 평상을 만들었으니, 우듬지에서 내가 지내는 일이 한결 편해졌던 것이다.
그리고 그해 10월달에는 우듬지 한 켠에 정지작업을 한 뒤 산막을 세우는 일에 착수하여 근사한 거처를 나에게 선사해 주었다. 그 이후 나는 우듬지에서 안전하게 밤을 지샐 수가 있었으니, 법계사 불빛을 벗삼아 그야말로 실컷 공부할 수 있는 천복을 누리게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어떨 때는 “이제 얻을 것은 다 얻었다.”는 생각이 날 정도였으니 무원삼매(無願三昧)가 따로 없었다.
이거사의 나에 대한 호의는 거기서 멈춘 것이 아니었다. 우듬지는 산의 정상이기에 물이 귀하다. 그래서 200m 정도 하산하여 계곡에 가서 물을 길어 와야 한다. 이를 안타까이 여긴 이거사는 2021년에 들어와서는 150m 정도에서 수원을 개발하여 거기에 자연지형에 따라 샘을 조성한 다음 pvc 관을 매설해 언제나 맑은 물을 얻을 수 있도록 일종의 수도 시설을 해주었던 것이다. 그냥 샘일 때는 물을 길으려면 아무래도 샘바닥의 흙이 일었기 때문이다.
그 외 이동로 개발 및 정돈, 개활지 유실수 식재 등등 정말로 많은 정성을 기울여주었거니와, 어쩌면 그렇게 내 마음 속에 들어온 것처럼 일해 주었는지 모를 정도였다. 그래서 홀연히 생각에 <<금강경>> <무득무설분>이 떠올랐다. 상대방의 지적 정서적 의지적 상황 및 생활환경과 배경에 철저히 맞추어서 응대하는 것이 결국 보살마하살의 자세라는 교훈이 떠올랐던 것이다. 그리하여 이 거사가 시혜자(施惠者) 보살이고 나야말로 수혜자(受惠者) 유정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면서 나는 과연 누군가에게 이거사가 마치 나에게 해주는 것처럼 보살마하살의 자세로 대한 적이 있는가 하고 반문하게도 되었다. 언제나 나의 입장 나의 상황을 고정시켜 놓고 거기에 상대방을 오히려 맞추려 했던 것은 아닐까 하고.
세월이 그렇게 흐르면서 알고 보니, 이 거사는 누구에게라도 인연 맺은 자들에게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최선을 다해 맞추어 필요한 일을 해주는 보살심 마하살심을 가진 인사였던 것이다. 당진에 사시는 부모님이 과수원일로 부르시면 부르시기 전에 쫓아가서 필요한 역할을 하고 오는 식이었다. 회사에서도 친구들 사이에서도 마찬가지의 일관성을 지닌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세상은 이런 사람이 오래 머물기에는 그 정결도가 미치지 못하기 때문인지, 아직 많은 세월을 뒤로하고 고향집에서 세연을 마감했다고 들었다. 나로서는 이 거사의 극락왕생을 믿어 의심치 않으며, 그곳에서도 주도적인 보살사를 펼치리라 또한 의심 없이 믿는다.
이제 모든 것은 남은 이들의 몫이다. 나에게도 우리에게도 생사가 호흡지간(呼吸之間)에 달려있음을 결코 잊어서는 아니 된다. 아울러 우리에게 주어진 세연이 얼마라 하더라도 도인의 기틀을 만드는 공부를 물론 열심히 하고, 아울러 관계 속의 삶속에서 이 거사만큼은 못하더라도 가급적 인연 있는 타인과 이웃에게 온정과 배려를 베풀려 애쓰는 보살마하살의 마음과 실천을 구족하도록 했으면 한다.
봄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신록의 오월에 세연이 다해 떠나신 이거사여!
아무쪼록 천당 불찰(佛刹)에서 마음껏 노니소서!
* 첨부한 사진은 우듬지 샘과 산막 평상 사진 및 작년 봄 우듬지 가는 길 벗꽃 아래서 배거사와 함께 이거사와 찍은 사진입니다.
2022.05.07 22:57
2022.05.10 23:36
하이고 ! 하이고 ! 하이고 !
마른 하늘에 날 벼락 친다는 속담이 그냥 생긴 말이 아니군요.
올 여름에 한번 만나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참 어이가 없습니다.
이 주일 거사님께서 반드시 극락왕생 하시기를 부처님께 간절히 발원합니다.
이 거사님이 교수님께 배풀어 준 물, 심 양면의 행적은 '보살 마하살' 의 행 이라고
생각해봅니다. 우듬지 산막을 지을때 같이 일해 보았지만
교수님께서 원하시는 바를 미리 예지 하고 시설하여 교수님께서 즐거워 하시는 모습이
눈에 선 합니다.
이 거사님은 불사의 복을 많이 짖고 가셨으니 '부처님의 말씀 업인 과보의 3세윤회 법칙'
에 따라서 이 거사님이 지은 복은 반드시 되로 짖고 말로 받을 것이라고 확신 합니다.
부처님 말씀 중생들이 "그냥 무아가 아니라, '오취온이 무아' 임을 실감 하면서
이 주일 거사님이 " 천당불찰에서 마음껏 노니시기를" 간절히 발원합니다.
나무 관세음보살 ! !.
2022.05.13 00:27
좋은 도반이고 훌륭한 보살인 이거사님과의 이별에 대한 스승님의 말씀을 대하니 저도 애통한 마음이 들고 눈물이 납니다. 그래도 이렇게 아름다운 이가 가까이에 있었다는 것이 참 고맙고, 저 역시 그런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직 스승님의 기력이 예전같지 않으실텐데 이런 안타까운 일이 있어 더 걱정이 됩니다. 늘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2022.05.14 00:48
삼가 이주일 거사님의 극락왕생을 발원합니다.
나무 아미타불! 나무 아미타불! 나무 아미타불!
저는 이 거사님을 뵌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선생님께서 쓰신 글을 보니 진짜 대승보살님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누군가에게 참다이 보살행을 얼마나 행했나 생각해봅니다.
선생님, 늘 건강하시길 원합니다.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2022.05.14 14:39
저는 교수님의 추도사를 읽고 처음으로 이거사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항상 상대편을 즐겁게 해주셨다는 이거사님의 훌륭하신 보살행에 합장하며
아직은 할일이 많이 남았을텐데 황급히 가셨다니 애석한 마음 금할길 없습니다.
항상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시고 공부하게 해주시는 교수님의 가르침에 스승의 날을
맞이하여 감사드립니다.
삼보님께 귀의합니다.
2022.05.15 11:14
안타깝습니다.
이승에 더 머무셔서 많은 보살행을 펼칠 수 있으셨을텐데......
우듬지에서 교수님의 수행을 돕기 위하여 인연이 이어졌던 보살마하살이셨네요.
이거사님의 극락왕생을 발원합니다.
사진으로 공개 된 우듬지 도량,
150회를 오르내리시면서 오랜 동안 의혹에 쌓였던 문제를 깨달으셨다는 수행처,
건강에 더 유의하시면서 정진하시고 더 많은 가르침 주시기를 관세음보살님께 기도하겠습니다.
2022.05.22 04:05
이거사님은 타인을 배려할 줄 알고 남과 소통할 줄 아시는 분이셨는데
안타까움을 느끼기전에 다소 충격적인 감정을 지울 수 없습니다.
교수님보다는 못하겠지만 지난 2주간 가슴 한 켠이 먹먹하기만 합니다.
세상사 바쁜 인연이 잦아들면 대전이나 하동에서 자주보자 하셨는데.
이거사님의 극락왕생을 기원해 봅니다.
나무 지장보살 마하살 _()()_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공지 | 열시의 談禪 법회 [14] | 관리자 | 2013.07.29 | 126789 |
공지 | महानव십호장을 권합니다आश्रम [10] | 책임교수 | 2012.07.12 | 132896 |
공지 | महानव열 숟가락 운동आश्रम [40] | 관리자 | 2012.11.20 | 170864 |
공지 | 자유게시판 사용안내 [11] | 관리자 | 2012.05.05 | 151192 |
606 | 이천 도량 법회 개최 감사 보시<불수회> [2] | wongaksong | 2023.03.09 | 208 |
605 | 고익진선생님의 발원문을 올립니다. [3] | 문수 | 2023.01.28 | 332 |
604 | ॐ 천년바위-한 해를 보내며॥ [5] | 책임교수 | 2022.12.29 | 327 |
603 |
우듬지에서 바라 본 해 넘는 지리 능선
[3] ![]() | 책임교수 | 2022.12.29 | 216 |
602 | 피서의 지혜로운 방법 [4] | 법륜거사 | 2022.08.07 | 316 |
601 | 스승의 날-구차제정실수 [2] | wongaksong | 2022.05.15 | 347 |
» |
이주일 거사님을 추모하며
[7] ![]() | 책임교수 | 2022.05.07 | 411 |
599 | 불기 2566년 부처님 오심에 즈음하여 [8] | 책임교수 | 2022.04.25 | 363 |
598 | 불기 2566년 부처님 오신날. [3] | 법륜거사 | 2022.04.24 | 263 |
597 | ~척 .... [2] | 자유로운영혼 | 2022.04.17 | 134 |
596 | 공정 .... [1] | 자유로운영혼 | 2022.03.08 | 133 |
595 | 새해 .... [2] | 자유로운영혼 | 2022.02.06 | 55660 |
594 | 아슈람 발원. [2] | 법륜거사 | 2022.01.22 | 149 |
593 | 가을산행 [2] | 적조 | 2022.01.09 | 214 |
592 |
아우랑가바드 도시를 다녀왔습니다.
[5] ![]() | 수휴(守休) | 2022.01.06 | 207 |
591 | 2022년 새해 인사드립니다. [5] | 수휴(守休) | 2022.01.03 | 150 |
590 | 육육법설 수업을 듣는 중에 우연히 이 유튜브를 봤습니다. [2] | 호수 | 2021.12.28 | 4171 |
589 |
산에 있어보면
[9] ![]() | 책임교수 | 2021.12.27 | 201 |
588 | 여유.... [2] | 자유로운영혼 | 2021.11.10 | 77 |
587 | 교수님의 팔천송반야초품을 들으며 [5] | 문수 | 2021.10.26 | 207 |
저 자신을 돌아보게됩니다. 거사님의 극락왕생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