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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산행

2022.01.09 19:02

적조 조회 수:214

2021. 10.14

 

1014일 설악산 등산

요즈음은 쉬고 있고 건강회복을 위하여 설악산 산행을 여러 차례 하였다.

그런데 한계령 쪽에서도 오르고 싶은 욕심에 전국적으로 등산 및 관광을 운영하는 좋은사람들 여행사에 설악산 코스를 신청하여 13일 저녁 사당역 1번 출구에서 1150분에 출발하여 14일 새벽 3시에 한계령에 도착, 330분에 한계령을 출발하여 대청봉-공룡능선-오세암-백담사 오후 530분에 용대리에서 탑승하여 귀경하는 코스를 택했다.

 

13일 일기예보에 14일의 설악산은 오후 1시까지 흐림을 나타내어 비는 오지 않겠다고 생각해서 우의는 준비하지 않았고 새벽 3시부터의 산행이라서 랜턴만 준비하였다. 2006년도에 백두대간을 산행할 때 사용하던 랜턴이었다. 스위치를 켜보니 불이 밝게 들어와서 건전지를 교환하지 않고 그대로 챙겼고 갈아 입을 티와 간식 음료 등 필수품만 준비하였다.

 

오후 1150분에 출발한 버스가 인제 버스터미널에서 잠시 쉬어 휴게소에 들려서 필요한 물품을 구매할 수 있는 최종적인 기회라서 고칼로리의 쪼콜렛 3개를 구입하였다.

새벽 3시에 정확하게 한계령에 도착하였다. 한계령 매점은 새벽이라서 문이 굳게 닫혀 있었고 주위에는 칠흑같은 어두움 뿐이었다. 버스에 동승 하였던 동료들은 모두 백두대간 오색령이라고 새겨진 석조물 앞에서 인증샷을 하였고 한계령에서 오르는 팀만 남기고 오색과 소공원 팀들은 그들의 출발지로 향해 갔다.

 

10월 중순이라 옷을 두둑하게 입었는데도 한기가 들 정도로 추웠다. 휴게소에서 따뜻한 국물이라도 먹겠다는 계획이었는데 새벽이라 인기척이 없다. 330분에 한계령 탐방로 관리인이 문을 열어 주었다. 빗방울이 바람에 날릴 정도로 흰 눈깨비 같이 날렸다. 나는 일기예보만 믿고 비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였는데 동행인들 중에는 오전까지 설악산에 비가 내린다고 우의를 준비해 온 분들도 있었다. 당시에는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로 적게 비가 내렸지만 더욱 강해지면 낭패인데 산행을 포기하자니 차편이 끊어졌고 휴개소 개점 시간도 아직 많이 남아서 진퇴양난이라 날씨에 맡기고 등산을 강행하기로 하고 출발하였다.

 

승용차를 타고 온 다른 새벽 등산객들이 하나 둘 보였다. 산을 오르고 불과 10분도 지나지 않아서 빗줄기가 굵어졌다.

비와 함께 랜턴의 밧데리가 오래된 탓인지 금방 희미한 불빛으로 변했다. 캄캄한 밤이라 랜턴의 밝은 불빛에 의존해야 하는데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동료 등산객들에게 사정을 얘기하고 함께 동행하자고 부탁하였으나 나의 걸음걸이가 그들과 같지 않아서 하나 둘 앞서서 가버렸다. 동행인은 불과 7명 정도였는데 30분 정도 지나니 모두가 나보다 앞으로 가버려서 불빛도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나의 랜턴 성능으로는 희미하게 2m정도 밖에 보이지 않으니 바위, 돌들이 빗물에 씻겨서 작은 돌들은 모두가 길로 보였다. 몇 걸음 걸어가니 길이 아니라 되돌아 와 다시 길을 찾고 쓰러지기를 반복하는 사이 승용차를 타고 왔던 등산객들도 또는 뒤늦게 도착한 등산객들도 하나씩 앞질러 가곤 하였다. 랜턴의 희미한 불빛 때문에 빠른 산행을 할 수가 없었다. 빗방울은 점점 더 거세졌다. 지금 이 난관을 헤쳐나가는 것에만 온통 매달렸을 뿐 다른 생각은 해볼 겨를이 없었다.

오르내리는 길이 반복되는가 했더니 모든 바위 돌이 길로 보여서 드디어 4시쯤에 길이 아닌 곳으로 들어가게 되었고 길이 아니라고 알아챈 순간 돌아 나오는 길도 잃어버리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큰일이 났다. 굵은 비줄기와 희미한 불빛과 어둠과 체온저하 등 모든 것을 극복해야 하는데 돌아가는 길마저 잊어 버렸으니---

아무리 어려운 일에 봉착했더라도 당황하지 말고 정신을 차리라고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정신을 가다듬고 나니 온몸의 인식작용이 총동원되어 빠져나갈 길을 당황하여 찾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6시가 되면 비가 와서 주위가 안개로 덮여 있었지만 길이 밝아 질테니 그때까지만 기다리자. 주위에 섣불리 칮아 헤매다가 낭떠러지로 떨어질 수 있으니 섣불리 움직이지 말아라. 추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계속 움직여라. 그러다가 힘이 다해지면 안타깝게 봉변을 당할 수도 있다고 스스로에게 방법을 가르쳐주고 있었다. 그 후부터는 나는 빠져나갈 방법만 모색할 뿐 아무런 걱정과 두려움이 일어나지 않았고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졌다

 

이렇게 30분 정도의 시간이 지나고 나니 50m 정도의 거리에서 랜턴 불빛이 번쩍거렸다. 나는 있는 힘을 다하여 여기 사람이 있어요, 길좀 안내해 주세요, 길을 잃어버렸어요하고 소리를 질러 보았지만 비가 오고 꾸불꾸불한 길과 오르내리는 경사로 인하여 듣지 못하였는지 답이 없다. 두세 번 더 소리를 질렀다. 그러기를 5분 후에 불빛이 바로 옆을 지나고 있었다. 나는 그들 무리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보니 3m 정도 떨어진 곳에서 내리막길로 가야 했는데 오르막으로 와서 길이 아닌 곳에서 헤매고 있었고 그 뒤는 절벽이었다.

어둠과 빗속의 여건에 따라서 짧은 거리에서도 헤맬 수가 있었다고 생각하니 어이없는 한숨과 미숙한 준비에 자책감이 함께 하였다. 차츰 날이 밝아오면서 랜턴 없이도 길을 찾을 수가 있어서 한계령 삼거리까지 큰 사고 없이 도착하였다. 비는 계속 내렸지만 체온은 올라와 있었는데 손이 시려왔다. 설악산 정상을 오르는 길은 어느 코스나 쉬운 길은 없다. 계속되는 오르막에 숨이 차면 행여나 심근경색은 오지 않을까? 맥박 수를 체크하고 호흡을 관찰한다. 맥박은 스스로 제어할 수가 없다. 그러나 호흡은 제어할 수가 있다. 숨이 차면 더욱 크게 그리고 자주 호흡하면 된다. 호흡은 편할 때는 저절로 쉬어지는 것 같지만 힘들 때는 그렇지가 않은 것 같다. 맥박은 물질적 작용이고 호흡은 정신적 작용인가? 맥박도 정신작용에 따라서 영향을 받고 있지 않을까?

 

나는 호흡에 대해서 생각을 하다가 보니 그동안 인간의 생명에 대하여 배웠던 것들이 생각났다. 호흡과 맥박이 정지를 하면 개체에 대한 정신작용과 육체적인 작용은 멈추게 되니 이것이 죽음이다. 죽음은 개체의 사라짐이다. 그럼 사후는 무엇이 남아서 윤회를 하고 불생불멸인 실상에 계합은 무엇이 하는 것인가?

실제로 실상과의 계합하는 마음은 불생불멸로 사후에도 존재하는 것인가?

실상과의 계합은 생멸이 없는 불생불멸상태이다.

그러면 사후에도 실상에 계합한 마음은 남아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멸무가 아니라 멸한 후에도 영원한 것과 계합하는 그 무언가가 있어야만 공부하는 보람을 느끼게 되는 것 아닌가. 명과의 계합이 이것의 답인가? 나로서는 공부가 많이 부족하여 도무지 알 수가 없다.

 

40대 된 젊은 친구가 산행 도중에 자주 멈췄다가 가곤 하였다. 이유를 물어보니 종아리에 쥐가 나서 힘들다고 하였다. 나는 산행에 필요한 응급처치의 방법을 알고 항상 도구를 지참하고 있어서 젊은이에게 응급처치를 해주었다. 더이상 경련이 일어나지 않았고 나와 보조를 맞추어 오르게 되었다.

우리는 마스크를 했었고 모자를 쓰고 있었는데도 조금 보이는 얼굴에서 노태를 느낄 수가 있었는지 나에게 연세가 어떻게 되셨느냐고 물었다. 나이를 조금 먹었다고 하니 어떻게 지금까지 설악산을 오를 수가 있느냐고 물었다. 그래서 꾸준하게 노력해온 결과라고 했다.

끝청에 올랐을 무렵 빗방울은 오락가락 하였지만 정상이 가까워 질수록 찬바람이 볼을 스쳐 지나갔다. 중청대피소에 도착하여 따뜻한 음식을 찾아보았으나 손수 끓여 먹을 음식 외에 직접 끓여주는 음식은 없었다. 희운각으로 내려가기 전에 대청봉에 올라 인정샷을 하고 싶어서 인정샷을 하고 잠시 주위의 바위에 앉아서 오랜지 음료와 비스켓 과자를 먹고 주위 경관을 구경하는데 백담사 쪽에서 불어오는 찬 바람이 비에 젖은 옷 속으로 들어와서 뼛속 깊이 때렸다. 비에 젖은 장갑 때문에 손도 시려왔다. 급격한 저체온 증상으로 한기가 치밀어 왔고 사지와 심장이 조여오기 시작했다.

 

설악산 정상의 온도는 시시각각으로 변해서 시월 중순이 넘으면 추위와 비에 대한 만반의 준비를 하여야 했는데 몰랐었다.

다급함을 느껴서 중청대피소로 내려와서 매점 관리인에게 저체온으로 위급한 몸 상태의 사정 얘기를 하니 물을 끓여 뜨거운 물 한 컵과 고무 팩에 끓인 물을 넣어서 물 팩을 만들어 지하로 데리고 가더니 대피소에 있는 한가한 구석 자리로 안내하였다. 나는 앉아서 찜질 팩을 배에다가 밀착시키고 끓인 물을 조금씩 들이키니 차츰 한기는 사라지고 견딜 만하였다. 바로 옆에 앉아 있는 세종시에서 왔다는 젊은 등산객 둘이서 국물을 많이 부어 끓인 라면 한 그릇을 주었다. 사양할 겨를도 없이 체면불구하고 고맙게 받아서 먹었다.

다행히 체온이 정상으로 돌아와서 배낭을 꾸리고 우의를 마련하여 하산을 준비했다. 원래 8시에 도착하기로한 대청봉을 헤매느라고 11시에 도착하였고 중청대피소에서 1시간을 더 지체하다 보니 이제 희운각-공룡능선-오세암-영시암 백담사코스는 시간 관계상 불가하여 바로 봉정암-영시암- 백담사코스를 선택하였다.

봉정암에서 참배를 마치고 해탈 고개를 지나 무사히 22.5km의 빗속 산행을 마치고 용대리에서 버스를 타고 귀경하였다. 나는 설악산을 금 년에 5차례 올랐다. , 여름, 가을.

산에 오를 때마다 산은 변하고 있었다. 정상에서 보면 변화가 더욱 느껴진다그리고 산에 오를 때는 체력의 한계를 느끼면서 오로지 산을 오르는 데에만 신경을 집중한다. 호흡과 맥박, 체력유지와 신체조건. 그 외는 생각하지 않는다. 생각이 나지를 않는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온갖 잡생각이 사라진다. 그것은 다른데 신경 쓸 정도의 체력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체력을 총 동원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잡념이 사라지고 나면 신선한 즐거움만이 남는다. 등산 후에는 피로함보다는 산을 오른 것에 대한 즐거움을 만끽한다. 산을 오를 때면 나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과 불보살이 언제나 함께하고 있음을 생각하게 된다.

 

삼보님께 귀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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