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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의 작은 바램

2018.01.01 09:02

책임교수 조회 수:1500

법우님 불자님 안녕하십니까.

나는 연말에 아내와 함께 9일간 외유를 다녀왔습니다. 이번에는 동유럽을 택해 체코 오스트리아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를 경유하는 일정이었습니다.


다녀온 분들은 아시겠지만 동화 속에서나 볼 수 있을 듯한 아름다운 풍광들이 기다리고 있더군요. 그런데 나는 아무래도 종교학을 전공하는 학자이기에, 그런 경치 관광도 관광이지만, 유럽의 뿌리를 이루고 있는 기독교 문화에 대한 관심이 더 많았습니다.


여러 성당과 여러 종교적 건축물들을 접하는 가운데도 특별히 내 관심을 끌었던 것은 체코의 ‘체스키크롬로프’라는 지역에 있는 ‘스보르노스티’라는 광장에 세워진 ‘삼위일체탑’이었습니다. 이탑은 ‘흑사병’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신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세운 탑이라고 했습니다.


가이드에게서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첫 번째 생각은 그랬습니다. “어쨌든 다 사망해 나가는 흑사병에서도 자신은 살아남았음에 대해 얼마나 큰 감사함과 다행감을 느꼈을까! 그 감사함을 표현할 대상을 찾다 보니 절대자의 종교가 있고 그래서 그 종교의 절대자에 감사하는 차원에서 그런 탑을 지어 봉헌했구나!”하고 단순하게 감정이입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곧 이어 참으로 묘한 생각이 뒤따랐습니다. 사실 그들의 믿음에 입각할 때 흑사병도 신의 지음으로 봐야했으니까요. 세상의 모든 것은 신의 지음이라는 것이 그들의 제일 명제이며, 나뭇잎이 하나 떨어지는데도 신의 뜻이 임하지 않은 것이 없다는 것이 그들의 믿음이며, 신의 일이 100%이고 인간이 한 일은 0%라는 것이 그들의 주장인 이상 그런 견해는 자연스러운 것이죠.


그러니 흑사병에서 살아남은 것은 분명 감사하지만, 더 많은 수의 사람들이 흑사병으로 죽거나 고통 받은 상황에 대해서는 신을 원망할 수도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도 그들은 원망일랑 하지 않고 오히려 감사하는 자세를 가지고 그 탑을 지어 올린 것입니다.


신을 원망하기는커녕 ‘그래도 살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하며 탑을 세워 봉헌하는 행위를 두고 나는 심사가 복잡해졌습니다. 여행하는 내내 그 상황이 화두처럼 머리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화두는 화두로 남을 뿐이었지 어떤 명료한 답을 찾게 해주지 않았습니다. 단지 인간이란 이토록 이해불가한 면이 있는 존재이구나 하고 새삼 느끼게 해주었을 뿐입니다.


그런데 이 지점에서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이 있었습니다. 이미 이야기 했듯이 그 당시 유럽인들은 그 상황에서 감사의 탑을 봉헌했지 원망의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그것은 크게 보아, 그들이 원망을 택하기보다는 감사를 택한 것이라고 읽어도 되지 않을까 했습니다. 나는 기독교라는 종교의 인간해석에 참으로 이해불가한 면이 있구나하고 느끼면서도, 한편으로 원망보다는 감사를 택한 것이 맞다면 그것은 진정 부러워해야 할 것이라고 또한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모든 일에 감사하라."는  기독교 명언의 극적인 사례가 이것일 수 있겠구나하고  느껴졌던 것입니다.


법우님 불자님!

이제 불기 2562(2018)년 무술년(戊戌年)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해를 맞이하며 앞서와 같은 여행 속의 단상을 빌미삼아 작은 바램 하나를 가져 봅니다.


부처님은 일찍이 <<율장>> <대품>에서 디가부(Dīghāvu) 본생담을 설하시면서, “원한은 오래 끌지 말고, 우정은 빨리 끝내지 말라.”고 가르쳤습니다. 그 말씀을 이번 유럽 여행에서 느낀 단상에 비추어 말해 본다면 “아무리 심해도 원망함을 택하지는 말고, 아무리 작아도 감사함을 버리지는 말라.”는 말로 대신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우리 인생에 어떤 안 좋은 일이 벌어진다 해도 그 일이 안 좋기만 한 일은 아닐 것입니다. 누군가에게 어떤 안 좋은 일을 당한다 해도 그 일 또한 안 좋기만 한 일은 아닐 것입니다. 그러니 안 좋은 일에 대한 원망과 원한을 택하기 보다는, 그래도 그 속에 들어 있는 작아도 좋은 일을 택하여 감사할 줄 아는 것이 부처님의 뜻에도 부합할 것입니다.


유럽의 문화가 결국 근 현대의 세계사를 지배하게 된 것에는, 모르긴 몰라도, 어떤 경우에도 감사하게 하는 그런 종교의 힘이 전혀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고는 말하지 못할 것입니다.


법우님 불자님!

올 한해도 다사다난한 일들이 펼쳐질 것은 또 기정 사실일 것입니다. 하지만 어떤 일에 처해서도 그 일 속의 어둔 면에서 원망함을 품기보다는, 아무쪼록 그 일 속의 밝은 면을 찾아 그저 감사하는 마음을 키우면서 사신다면 참으로 좋겠습니다.


나를 포함해 인터넷 불교대학과 인연 맺은 모든 불자님 법우님들에게 새해가 그렇게 감사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 이제 밝아 온 무술년 새해를 맞아 내가 가져 보는 작은 바램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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