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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04 06:57
행복을 부르는 말 한 마디
白潭 장 경진
몇 해 전 막내딸이 대학을 졸업하고, 신한은행의 입사시험에 합격해 내일이면 첫 출근하는 날이었다. 나도 은행원 출신이고 보니 딸에게 은행선배로써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 남보다 30분 일찍 출근하기. 상사에게 공손히 하고, 동료 간에 우애 있게 지내라는 말들이 하고 싶었지만. 난 딱 한 가지만 글로 적어 주었다. 대답하는 방법이었다. 상사나 누군가가 “진경아!” 하고 부를 때 “예! 예!”라고 대답을 공손히 하라고 했다. 바쁜 업무를 수행중이거나, 전화통화를 하는 중일지라도 잠깐 멈추고 대답을 먼저 똑똑히 하라는 것이었다.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 이 말씀이 하나님과 함께 계셨으니 이 말씀은 곧 하나님이시다.’ 성경의 요한복음 1장에 나오는 말이다. 말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대화의 첫 시작인 대답의 중요성을 이른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런데 요즘 일부 청소년의 언어현상을 보면 줄임말, 빠른 말 등이 성행되고 있어 말의 본질인 ‘정확한 의미 전달’뿐만 아니라 말이 지니는 정다움이 사라지고 있는 것 같다. 호칭까지도 함부로 하고 있는데, 대답이야 오죽 하겠는가. 언어 파괴의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예! 예!” 두 번 대답하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다. 대답은 상대방과 의사를 소통하는 첫 단추이다. 대화를 매끄럽게 해주는 윤활유이다. 대화의 내용은 차치하더라도, 우선 상대방에게 편안함과 작은 기쁨을 주는 것이다. 대답을 두 번이나 예! 예!라고 빨리 하면 대화의 반 이상을 성공한 것이 되지 않을까.
“아빠가 권하는 ‘예! 예!’가 당장은 실감있게 느껴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한 번 실천해 보거라. 그 효과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딸에게 당부했다. 상대방이 부를 때 대답을 하지 않든지, 늦게 하면 상대가 불쾌하게 여기거나 상처를 받게 되며, 대화 자체를 거부한다고 오해를 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그 타임을 놓치고 난 다음에 대화를 시작한다 하더라도 정성이 결여되어 있어 원활히 진행되지 않는다. 우리가 누군가를 불렀을 때 대답이 없거나 늦어지면 우선 기분이 나빠진다. 그리고는 ‘너 한번 혼나 보거라’ 하는 마음까지 들게 된다. 대화의 본질은 뒤로 두고, 우선 감정적으로 부딪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좋은 대화가 되지 않고, 그 결과도 신통치가 않다. 내가 은행에 근무할 적에도 보면, 지점장이나 상사가 직원을 불렀는데, 대답이 늦어지는 바람에 꾸중을 듣는 직원들이 많았다. 어 떤 지시나 토의를 하기 위해 불렀을 건데, 대답이 늦어지는 바람에 대화의 본질을 언급하기도 전에, 꾸중부터 하여 분위기가 싸늘해지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예! 예!”는 대답이기 전에, 나는 당신을 존경한다는 자기의 표현이며, 그 속에는 나는 당신을 위해 정성을 다 할 것이고, 당신의 뜻에 따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한 것이다. 그런 상태에서 대화가 시작되면 대화내용의 본뜻이 있는 그대로 표현 전달되고, 상대방이 그 뜻을 그대로 받아들여 일의 성사가 쉽게 이루어지는 거란다.”
직장의 선배, 인생의 선배로서 하는 말을 딸은 다소곳이 “예 예”를 적당히 섞어가며 듣고 있었다.
“진경아! 세상 살아가는데 있어 중요한 게 예! 예! 대답하는 것만은 아니겠지만, 가장 실천하기 쉬운 것이 이것 아닐까?”
딸과 이런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게 나는 행복해서 자꾸만 잔소리를 늘어놓고 싶은 걸 참았다.
예! 예! 대답하기는 은행 생활에서만 필요한 것도 아니다. 가정에서도, 공∙사 모임에서도 필요한 것이고, 대화의 시작에서부터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 이것이 습관화되면 대인관계가 수월히 풀리고 긍정적인 출발을 하게도 된다. 그런 긍정적 태도가 긍정적인 생활습관을 갖게 해주며, 좋은 습관은 바람직한 비전을 갖게 되어, 결국은 자기의 인생관까지도 긍정적으로 갖게 되는 것이다. 내가 은행 지점장 시절, ‘대답 잘하고, 성실한 대리’ 한 명에게 중요 직책을 맡겼는데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대답도 시원스럽게 잘 하고, 대(對)고객관계도 좋고, 직원들 상호간의 분위기까지 잘 이끌어 ‘우수 지점’으로 상까지 받았다. 예! 예! 대답하는 것이 결코 사소한 일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되리라 믿는다.
요즈음 청소년들의 언어 파괴 현상이 심각하다.
이 세상에서 고뇌하는 것은 모든 생명 중에서 인간뿐이다. 고뇌는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지 않는 것에서 시작된다. 동물들은 배고프면 먹고, 목이 타면 물마시고, 위험하면 조심해서 피하고, 죽을 때조차 고뇌하지 않는다. 허나 우리 인간들은 배고플 때 먹으면서도 딴 걱정하고, 위험할 때 피하면서도 딴 욕심을 낸다. 죽을 때도 딴 동물들처럼 그냥 죽으면 될 텐데, 죽음을 두려워하고, 죽지 않으려 발버둥 치다가 끝내 죽고말지 않는가!
‘예 예’의 대답 속에는 이러한 자연의 순응(順應)이 배어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순응을 보고 “줏대가 없다”느니, “예스맨처럼 보여 싫다”는 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이러한 태도는 상대방의 얘기에 무조건 찬성 하는 예스맨을 나타내지는 않는다. 먼저 생대방의 얘기를 잘 듣겠다는 의사표현인 셈이다.
경청(傾聽), 이것은 우리의 인간관계에서 얼마나 중요한 태도인가. 말을 잘 한다는 것은 상대의 말을 잘 알아듣는 사람에게 가장 쉽게 붙여지는 것이다. 그런데 상대방의 말을 잘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서로 자기 얘기만 하다 보니 목소리만 높아진다. 그래서 서로 얘기하는 것이 마치 싸우는 것 같다. 우선 상대방의 말을 잘 듣고 있으면 불쾌해 할 이유가 없다. 다 듣고 나서 그 얘기 중에 찬성할 부분부터 먼저 얘기하고 나서 자기 의견을 제시하면 그것이 설사 ‘반대의견’이라 해도 싸움이 되지 않는다. 이것이 대화의 첫 번째 태도다.
두 번째로, ‘상대방을 배려하는 것’ 이 이 화법에 포함되어 있다. 배려는 관심이 필수적이다. 관심 있는 사람은 상대의 얘기를 먼저 듣는다. 그리고 그 상대에게 도움 되는 것이 뭐 없을까, 궁리도 하게 된다. 이러한 ‘배려’가 조금 더 풍부해지면 우리 사회는 그만큼 더 밝아질 것이다.
세 번째는 이러한 태도에 의해 ‘교양이 는다.’ 언어를 생각하면서 곱씹으면 설사 ‘싸움을 하고 있는 자리’라 할지라도 거기서 배울 점을 찾게 된다. 사람이 셋이서 함께 길을 가면 두 사람의 스승을 발견하게 된다고 얘기하지 않았던가.
최근에는 잘못된 언어현상으로 해서 사회가 시끄러워지고 있다. 말을 완결하지도 않고 이상하게 비트는 식의 인터넷 언어, 폭력배를 닮은 험한 욕지거리를 태연히 입에 담고 있는 여학생들, 그야말로 혼돈(混沌) 그 자체라고 해야 될 만큼 사회의 통용어가 몸살을 앓고 있다.
부드럽고 따뜻하며 조리에 닿는 언어가 그립다. 문학작품에서도 그런 현상을 보는 것은 참으로 씁쓰레하다. 언어를 다듬고 모국어(母國語)를 순화시킬 사명을 짊어지고 있는 문인단체도 그들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들어 가보면 이게 과연 이 나라 문학인의 글인가 싶을 만큼 저질이고 욕으로 가득 차 있는 것 같다.
말은 그 사람 생각의 표현이다. 생각이 바르다면 말도 그렇게 된다. 그래서 우선 나부터 상대방의 부름에 “예 예”하고 큰소리로 대답부터 하고 보자는 것이다.
이런 매너를 향상시키는 데 특별한 노력도 필요 없다. 돈이 더 드는 것도 아니다. 그저 약간의 배려, 다정한 말, 자연스럽게 미소 짓는 얼굴 등으로 충분하다. 내가 은행 지점장이 되기 전 공무원으로 있을 때도 상사들로부터 “저놈은 대답하나는 확실해서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요즘 흔히 얘기하는 ‘왕따 현상’에도 시달리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 집 가훈(家訓)도 이런 맥락에서 지었다. <✿선량한 양심✿성실한 의도 ✿쾌활한 인격>. 이것이 우리 가훈이다. 남에게 폐 끼치지 않는 선량한 마음으로, 쾌활한 모습으로 대답하고 대화하여, 상대방을 성실히 배려하자는 의도와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사회에서 호응이 없더라도 우선 우리 부녀(父女)가 솔선해서 <예! 예! 대답하기 운동본부>를 꾸며, 밝고 향기로운 사회를 만드는 <행복의 씨앗>이 되고, 젊은이들에게 원대한 목표를 이뤄가는 결실의 밀알이 되자고 약속했다. 우리 집이 항상 웃음이 넘치는 가정이 된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지 않나 생각한다.
2016.05.06 20:23
2016.05.09 14:32
가슴에 와 닿는 얘기 잘 읽었습니다
대답이 대화의 첫 단추라는 말씀에도 깊이 공감합니다
저희 집 가훈도 바꿀까봐요^^
2016.05.17 08:12
회장님의 간곡한 가르침이 따님에게 잘 전달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울러 저도 내일 부터 예!예! 하며 회장님의 가르침을 따르려 합니다. <예!예! 대답하기 운동본부> 회원 신청하겠습니다! ^^ 회장님 따스한 글,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배대국 합장
2020.01.18 22:57
*법우님들 . 고맙습니다. 나무관세음보살.
회장님, 반갑습니다.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바쁘신 중에도 글까지...
<예! 예! 대답하기 운동본부> 잘 되길...
건강 열공하시길 바랍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