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깨달음을 이루신 뒤 녹야원鹿野苑에서 처음으로 행하신 법문을 '초전법륜初轉法輪'이라고 한다. 내용은 중도에 관한 것이다. 그러므로 부처님께서 깨달으신 내용을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성도 직후 행하신 중도가 무엇인지를 이해하는 노력부터 선행시켜야 한다. 

중도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변증법적 유물론도 아니고 이분법적 견해의 그 중간도 아니다. '너와 나', '선과 악', '옳고 그름', '진보와 보수'같은 이분법적 견해에 얽매이거나, 그 두개의 견해를 알맞게 절충하거나 아니면 두개의 견해 사이의 그 중간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또 중도는 단순히 극단적인 길을 피하고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중도는 이런 이분법적 사고를 넘어서는 것이다.

중도는 '바른 견해'이고 '바른 생각이다.' '바르다'는 것은 이 세상의 모든 사물과 현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때 도달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사실을 사실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 바른 것이다. 자신의 생각이나 관심이나 가치관에 따라 사실과 달리 보거나 해석하는 것은 '바르다'고 할 수 없다.

'무소유'가 자신이 소유한 것을 버리는 것이라면, '중도'는 자신이 지니고 있는 견해들을 하나씩 버림으로써 도달할 수 있는 경지다. 모든 견해들은 잘못된 것이다. 지금까지 어떤 견해도 진리인 적이 없다. 그것은 단지 어느 한 측면에서의 견해다. 그래서 그것을 소위 하나의 '관점'으로 보는 것이다. 질적인 측면에서 우리의 견해들이 언제든지 향상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결국 궁극적 실재라는 관점해서 바라보면, '바른 견해'란 모든 견해가 부재한 상태, 즉 하나의 견해도 갖지 않는 것이고, 이것이 바로 중도다.

慧月스님

불기2559년 9월 25일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