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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잔을 마시며

2015.09.05 05:44

평생공부 조회 수:6051

차 한잔을 마시며



일본승려인 난포조묘南浦照明는 송나라에 유학하여 허당虛堂 지우智偶 선사의 문화에서 참학하였다. '속시청초續視聽草'나 '본조고승전本朝高僧典' 같은 문헌에 보면 난포조묘가 송나라에서 귀국할 때 경산다연을 일본으로 가져간 것으로 되어 있다. 경산다연은 차탁자를 비롯한 차도구와 차전茶典을 이르는데 거기에 '다도청규' 3권도 들어 있다. 이런 기록들이 경산다연이 일본다도의 원류라는 것을 증명해 준다. 일본에 입성한 경산다연의 '다도청규'는 단순히 차 마시는 문화가 아니라 화和. 경敬. 정精. 청淸. 도道. 덕德을 가르치는 텍스트가 되었다.


일본인들은 조선에서 명품 다완을 훔쳐가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임진왜란을 일으켜 아예 조선의 도공들을 일본으로 납치한 다음 폭발적인 수효를 충족시켜 줄 다구들을 만들어 내도록 하였다. 이때 강제로 잡아간 도공의 수가 몇 명 정도에 그친 것이 아니라 산업근간을 뿌리채 뽑아놓을 만큼 엄청난 것이었다. 조선 것이 그대로 일본으로 공간이동 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일본의 유명 다인茶人들은 조선의 명품 다구나 이주 초기의 조선 도공들이 만들었던 다구들을 소장하고 있는데, 차를 마실 때 그런 다구의 골동적 가치를 평가할 줄 아는 안목을 가지고 있어야 행사할 수 있을 정도다. 일본의 다도는 중국의 소프트웨어에다가 우리나라의 하드웨어를 가져다가 합친 다음 오랜기간에 걸쳐 교묘하게 위장시켜 만든 것으로써 일본인의 기질을 엿볼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되는 문화다.


일본인들의 차실茶室에는 대부분 다선일미의 영어식 표현은 Same sense in tea & buddhism이다. 차미茶味와 선미禪味가 동일한 종류의 흥취라는 뜻이다. 그러나 일본인들에게 전해져 발전된 다선일미는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다. 


일본인들은 중국에서 가져간 다선일미를 다선지도茶禪之道 즉 다도茶道로 업그레이드 시켰고, 마침내 다도는 애초부터 일본의 것이었던 냥 일제日製가 되어 오늘날 동아시아는 물론 전 세계를 향해 선을 상징하는 말로, 차의 브랜드로서 강한 요약과 힘을 함축하고 있는 인팩트 있는 슬로건이 되어 힘차게 펄럭이고 있기 때문이다. 언제부터인가 서양인들은 거의 다도가 일본 고유문화인 것으로 알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저들의 뛰어난 위장술도 한 껍질 벗겨내고 보면 맨얼굴이 금방 드러난다. 


일본 다도의 법식은 질서라기보다는 규격이라는 것을 이해하여야 한다. 일본 다도의 진결眞訣인 화경청적和敬淸寂을 분석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는 일이다. 일본인의 和는 실상 섬나라에 갇힌 폐쇄된 和다. 대륙으로부터 침략을 받아본 역사를 가지고 있지않은 일본은 적어도 다른 나라와의 관계에서 전쟁을 극복한 진정한 평화의 의미를 모른다.


대륙으로부터 문화적으로 수혜만 받아온 섬나라 일본인들은 오래전부터 상대에게 그 사실을 터놓는 것을 꺼린 나머지 위장술을 발달시켜 왔다. 이렇게 포장된 和가 태펑양전쟁에서 미국에 패배하며 혼쭐이 났지만, 자신들의 패배가 화和를 무시한 결과라고 여기는 반성을 지금까지도 하지 않고 있다. 진정한 화和를 원한다면 전쟁을 일으켜 엄청난 피해를 준 아시아 국가들에게 모르쇠로 일관하는 아베 정권의 출현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베트남 전쟁을 통해 막대한 부를 축적하여 경제대국이 될 수 있었던 일본은 남의 불행을 기회로 삼았다는 것은 물론 대국에 걸맞은 포용력으로 세계인과 화和를 도모하려는 노력도 해본 적이 없다. 일본인들은 차를 마실 때마다 평화를 말하지만 그것은 공염불에 불과한 그야말로 말뿐인 화和다.


일본 다도가 화和 다음으로 섬기는 것이 경敬이다. 경은 상대방에 대한 존경과 겸손을 뜻하지만 일본인의 예의바름은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대신 자신도 손해를 보지 않겠다는 지극히 타산적인 계산법과 맞닿아 있다. 일기일회一期一會를 평생 한 번뿐인 것으로 여겨 최선의 정성과 예의를 기우려 임해야 한다는 슬로건이 되는데, 말은 좋지만 이것도 계산에 밝은 일본인들의 경이어서 불교의 무주상보시를 수용하는 데는 실패한 위징된 경이다.


일본의 고전다서古典茶書인 '남방록南方錄'이나 '산상종이기山上宗二記' 등에는 첫자리에서는 평등해야하고 꾸밈없어야 한다는 것을 주장하고 있는데, 일본의 행다실태를 들여다보면 그것과는 정반대의 질서와 잘 꾸며진 규격이 밑바닥에 깔려있는 것을 읽을수 있다. 아마도 화경和敬을 못하기 때문에 반면교사로 삼기 위해 화경청적의 슬로건을 내건 것 같다. 


일본문화는 위계와 꾸밈이 많은 문화다. 다도의 화경도 다 남에게 보이기 위해 꾸며진 요소로 점철이 되어 있다. 일본인에게 비교적 자연스럽게 몸에 밴 것은 청淸이라고 여겨진다. 맑기는 한데, 그러나 적寂에 대해서는 모를 일이다. 개인적인 수양과 수행의 차원에 속한 적을 들여다보기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화와 경을 교묘하게 포장시킨 위장술의 대가들에게 진정한 의미의 맑음과 소소영영한 고요함이 깃드는 공부가 되어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차 한잔을 우려 마시는 동안 참 많은 생각들이 스쳐간다. 숨 한번 내쉬고 들이마시는 사이에도 생사가 엇갈리는데, 차 마시는 시간동안 고금古今이 교차한들 이 역시 다반사다.




慧月스님




불기2559년 9월 4일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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