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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I. 부뜨왈 공항의 안개와 싯달 태자의 출가


그런데 이번 여행의 반전은 끝나기로 한 1229일 월요일 날 일어났습니다.


네팔 직항 노선인 대한항공은 월요일 금요일만 운행했고, 그래서 1222일 월요일 아침 비행기를 타고 까트만두로 가서 29일 월요일 오후 비행기로 오는 일정이었습니다. 1228일 쿠시나가라에서 룸비니와 콜리야 국 사이에 위치한 부뜨왈까지의 길을 육로로 올라오면서 열반처와 관련된 생각을 정돈한 뒤, 다음날 291130분 비행기를 타고 까트만두로 가면 이번 여행은 만사 형통이었습니다. 체공 시간이 30분 정도 짧은 거리이니 12시에 까트만두에 도착해 점심 먹고 시내 관광을 조금 더 하고 4시 비행기 타면 딱 맞는데, 바로 안개가 모든 일정을 흐트려 놓았습니다.


부뜨왈 공항의 안개가 하루 종일 걷히지를 않은 것입니다. 그래서 까트만두행 비행기가 결항되고, 육로로 이동할 시간은 이미 지나 버렸고 그러니 서울 오는 비행기 놓치고 만 것입니다. 그러면 금요일 곧 새해 12일 비행기를 타고 13일 새벽에 한국에 들어와야 하니 그간 밀린 일정 등 여간 문제가 아닌 상황이 발생한 것입니다. 그래서 급히 우회 항공기를 예약했고, 까트만두로의 이동은 어차피 다음날 안개 상황도 비관적이었으므로 육로를 택하였습니다. 그리하여 29일 아침 5시부터 일어나 기다리고, 비행기 연착 결항 기다리느라 오후 5시까지 허송하고, 겨우 오후 5시에 육로로 이동해서 3시간 달려 나라연가트에서 29일 밤을 지새고, 다음 날 30일 아침 9시에 출발해 오후 2시쯤 겨우 까트만두에 도착했고, 그 뒤로 9시간을 기다려 밤 1110분 중국 광저우 행 비행기를 타고, 31일 새벽 4시에 광저우에서 내리고, 다시 6시간 기다려 1040분 비행기를 갈아타서 31일 오후 3시 가까이에 인천 공항에 도착하여 입국 수속 밟고 집에 돌아오니 오후 5시였습니다.


부뜨왈 공항의 짙은 안개가 귀국시간을 무려 60시간 꼭 이틀 한 나절로 만들어 버린 것입니다. 우연히 그곳 숙소에서 만난 한국인 건설 감독의 이야기로는 부뜨왈 공항의 겨울 안개로 인한 결항율은 무려 50%에 달하기도 한다는 말을 듣기도 했습니다.


실로 안개로 인해 벌어진 이러한 갑갑하고 답답한 상황을 60시간 겪으면서, 나는 불현 듯 29세 된 싯달 태자를 떠올렸습니다. 부뜨왈 공항은 카필라 국에 인접한 지역인 셈입니다. 카필라룸비니부뜨왈콜리야의 위치이니까요. 아마도 2600년전 인도도 겨울철 이 시점에 안개가 자주 끼었고 이렇게 짙었겠죠.


어떨 때는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짙은 안개 속에서 싯달 태자는, 한 치 앞도 짐작이 안 되는 진리의 정체를 갈망하며 답답하고 갑갑해 했으리라고요. 진리의 정체를 발견하고자 하는 열망이 크면 클수록 갑갑하고 답답함은 증대되었고, 도저히 더 버틸 수 없어 출가를 결행할 수밖에 없으셨겠구나 하는 태자의 심정에 그 순간 감정이입되었습니다. 그러면서 불현 듯 카릴라 성 폐허에 남은, 출가 시 통과한 동쪽 문 마하 아비니쉬크라마나 드와라(Mahābhiniṣkramaṇa dvāra)가 떠 올랐습니다.


북전 자료는 음력 28일이 출가일이고, 남전 자료로는 아살하월(6~7) 보름날인데, 우리 전통인 28일로 하자면, 싯달 태자는 서너달 전부터 짙은 안개를 자주 만났을 것입니다. 그리고 29세 되던 해에는 그렇게 만나는 겨울 안개 속에서 답답함과 갑갑함을 느끼는 것이, 진리를 모르는 자신의 갑갑함과 답답함에 다를 게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터져 나오는 진리에 대한 열망은 도저히 막을 길이 없었고 결국 화산처럼 분출한 것이 출가였으니, 그분의 출가를 누가 막을 수 있었겠나하는 짐작도 아울러 들었습니다.


그래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60시간의 고단한 행로 속에서, 끝없이 자신에게 반문했습니다. 나는 과연 지금 상황에서 그렇게 답답하고 갑갑함을 느끼고 있는가라고요. 진리를 모르는 상황은 2600년 전 싯달 태자나 지금의 나나 같은데, 그분은 짙은 안개 속에 갇힌 듯 갑갑해 하고 답답해 하셨는데, 마치 나는 환한 햇살 아래인 듯 답답한 것도 갑갑한 것도 없이 지내고 있지 않나 하고요.


물론 우리에게도 갑갑하고 답답한 것이 왜 없겠습니까. 하지만 돈을 못벌어 갑갑하고 출세를 못해 갑갑하고 몸이 아파서 갑갑하지, 진리를 몰라서 갑갑하고 답답해 하지는 않지 않습니까. 그러나 잘 생각해 보세요. 돈을 벌고 출세를 하고 몸이 낫는 일은 갑갑해 하고 답답해 한다고 해결되는 일이 아니기도 합니다. 왜냐면 돈과 출세는 남과의 경쟁이 끼어들고, 몸은 무상함이 개입되니 혼자 잘한다고 되는 일이 원래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진리를 깨닫는 일은 남과 경쟁할 필요도 없고 무상의 본성을 두려워할 일도 아닙니다. 오직 자신의 무명 번뇌와의 싸움일 뿐이니, 그 갑갑함과 답답함으로 분발하여 자신을 조복받으면 틀림없이 끝나는 일입니다. 답답해 한다고 해결된다는 보장도 없는 세속적 일에 그만 답답해 하고, 답답해 하여 분발하면 반드시 해결된다는 보장이 있는 깨달음의 길에 나서는 것은 분명 나은 선택일 것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늘 세속적 일은 답답해 하면서 진리의 깨달음과 관련해서는 답답해 하는 감각을 이미 잊어버린지 오래된 것 아닌가 하는 반성이 귀국 길을 계속 따라 다녔습니다.


나의 스승이셨던 고익진 박사님은 늘 경계하셨습니다. 가장 무서운 것은 번뇌를 잃어 버리는 일이라!”고요. 지금 분명 진리를 모르고 어두운 무명에 사로 잡혀 있는데도 그런 무명 번뇌가 있는지 자체를 잃어버리고 잊어버린 채 살고 있는 우리를 경계하신 말씀입니다.


인터넷불교대학 마하나와 아슈람의 불자님들 법우님들!


오늘 또 한 번의 새해가 밝았습니다. 우리의 깨달음을 향한 여정에도 이제는 저 답답하고 갑갑한 안개가 벗겨지고 환한 깨달음의 태양이 밝게 비취기를 진정으로 열망하게 되는 첫날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우리 상황이 안개 속일 줄 모른다는 냉철한 현실 인식이 있어야겠지요. 아무쪼록 새해에는 저 짙은 무명 번뇌의 안개는 벗겨지고, 환한 깨달음의 태양이 오늘 새해 첫날 아침처럼 떠올라 밝아지기를 기원합니다. 나의 여행 일정으로 장로반인 오불회 12월 정기 법회는 오늘 새해 첫날로 잡혔거니와, 새해 첫날 첫 법회를 함께 가지면서 법우님 불자님들의 수행과 깨달음의 전도에 안개는 걷히고 태양 빛은 찬란하기를, 그들과 함께 기원하렵니다.


다 함께 정진하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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