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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자의 삶[生]과 삼(蔘)

2020.05.20 16:03

책임교수 조회 수:331

불자님 법우님들 안녕하세요.

 

올해는 우한 폐렴으로 윤사월초파일(양력 5월30일)에 부처님 오신 날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먼저 악독한 질병으로 세상을 등지신 260여분의 명복을 빕니다. 아울러 인구 2천3백만의 대만이 초기봉쇄에 성공해 사망자를 7명으로 막은 것을 바라보면서, 인구가 두 배 남짓이면서 사망자는 40배(263명/ 5월20일 현재)에 가까운 우리의 실정에 안타까움을 느낍니다. 그러면서도 미국이나 유럽과 비교할 때는 우리의 의료 수준에 자부심을 아울러 의료인의 헌신에는 고마움을 느끼게 됩니다. 나아가 그 엄혹한 상황에서도 서슴지 않고 실질적인 자기 봉쇄를 택한 뒤 질서와 격조를 유지한 대구 시민과 경북 도민들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이처럼 올해는 질병으로 모든 일정들이 미뤄지자 나는 부지런히 우듬지를 오르면서 물길도 내고 순환로도 내면서 나름 열심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부처님을 이해하는 새로운 틈새를 경험한 듯하여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글로써 공유하고자 합니다.

 

2018년 11월에 우리 부부는 하동 우듬지에 올라 인삼씨를 큰 되로 한 되를 뿌렸습니다. 이 인삼씨가 다음해 그러니까 2019년 4월이 되어 거의 100% 발아율을 보이며 당알 당알 땅을 뚫고 올라왔습니다. 실제 한국 임업진흥원에서 제공하는 임업정보 다드림 사이트에 의뢰해 본 결과 우리 우듬지 지역은 산양삼을 재배하는 것이 최적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100% 발아한 삼들을 바라보는 우리 부부의 기쁨은 참으로 컸습니다. 중간 중간 가서 솎아준다는 명목으로 새싹삼 형태로 뽑아 와서 곁들여 먹으면 기쁨이 적지 않았고, 우듬지 작업하러 귀한 시간을 낸 거사들과 함께 새싹삼을 즐길 때는 그 기쁨이 더 컸더랬습니다. 무엇보다 이 삼들 중 몇몇은 앞으로 가치 있는 산양삼이 될 것을 기대할 때는 참으로 뿌듯했습니다.

 

그런데 2019년 6월이 지나고 7월 어느 날 우듬지에 올라 삼밭을 보고는 눈앞의 현실을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셀 수 없이 많던 새싹들이 일제히 사라져 버린 것입니다. 싹들이 준 기쁨이 컸던 만큼 상실감도 컸고 오히려 더 강했습니다. 상심한 아내는 그 뒤로 우듬지에 잘 오르려 하지도 않았습니다. 짐승들이 다 파먹었을까? 아니 그 어린 새싹마저도 노리는 절도범들이 있는 걸까? 빗물이 밭을 덮쳐 죽어 버렸나? 온갖 불쾌한 추정들이 머리 속을 메우면서도 그래도 ‘어디 한 두 포기는 살아 있거나 남아 있어야지, 어떻게 한 포기도 없이 사라졌을까? 참으로 괴이하다.’하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그래도 2019년 11월이 되자 씁쓸한 기억을 뒤로 하고 또 이전 해처럼 삼씨를 구입해 같은 장소 및 조금 다른 지점을 택해 파종을 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2020년 4월에 일단 작년처럼 또 새싹들이 바글 바글 땅을 뚫고 올라 왔습니다. 이를 보고 우리 부부는 “6월 달 가기 전에 다 파서 아는 사람들도 주면서 소진해야겠다.”고 생각하며 몇 뿌리를 가져와 작년처럼 즐겼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반전이 있습니다. 2018년 파종할 때 삼씨가 남아 이천 선방 빈터에 심었더랬습니다. 그리고 이천 선방 삼들도 2019년 4월에 나기 시작했는데 희한한 것은 이들도 6월이 끝날 때쯤 모조리 사라져 버린 것입니다. 그리고 2019년 11월에 우듬지에는 심었는데 이천은 아예 새로이 뿌리지 않았습니다.

 

그런 뒤 올해 2020년 4월! 아내가 이천 선방 빈터에다 작약을 심다가 갑자기 탄성을 울린 겁니다. 이유는 재작년에 심었고 작년에 사라진 자리에서 올해 4월에 다섯 잎짜리 삼들이 올라오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삼들은 첫해는 세 잎이었다가 이듬해부터는 다섯 잎을 피운다고 합니다. 그러니 사라진 삼들은 죽은 게 아니고 살아 있었던 것이죠! 급히 우듬지에 올라 삼밭을 보니 아니나 다를까 다섯 잎 삼들이 다시 이곳 저곳 올라오기 시작한 것입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나 궁금했는데, 삼은 여건이 맞지 않으면 잎을 떨구고 성장을 멈춘 뒤 땅 속에서 여건이 맞을 때를 기다린다고 합니다. 동참한 농업전문가의 말로는 어떨 때는 10년을 기다리는 경우도 있다 했습니다. 그래서 작년에 없던 자리에서 올해는 산삼을 발견했다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라 했죠. 그래서 또 다른 사이트에서 찾은 표현으로는, 아예 우리가 인삼이라 부르는 재배삼과 산양삼 또는 산삼이라 부르는 자연삼의 차이는, 기다리지 않고 한해 내내 크는 삼이 재배삼이고, 기다리고 또 기다린 뒤에 크는 삼이 자연삼이라고 구분하는 경우까지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산삼이 영약이고 최고의 약초인 것은 기다릴 줄 알기 때문이었습니다. 여건이 안 맞는다고 포기하지 않고 여건이 맞을 때를 집요하게 기다릴 줄 아는 존재였습니다. 그리고 여건이 맞으면 놓치지 않고, 우듬지 경우 3개월이 맞는 달인 모양인데, 그 동안은 작은 능력이나마 최선을 다해 발휘하면서 한해 한해를 보내는 친구였습니다. 그렇게 하여 그들은 최고의 약초이자 영약으로 칭송받게 되는 것이죠.

 

나는 이를 보고 기다림을 주목했습니다. 여건이 맞지 않다고 포기하거나, 성과가 더디다고 서두를 것이 아니라, 여건이 맞을 때를 기다리고 여건이 맞는 경우라면 최선을 다해 정진하고 그런 식으로 한 해 두 해 한 생 두 생 세월일랑 잊어 버리면서 나아간다면 ‘필시 내세득작불(來世得作佛)하겠구나!’하고요. 부처님이라는 최고의 목표를 포기하지만 않는다면요!

 

이미 서가모니 부처님은 연등불께 수기 받으신지 4아승지 10만 겁이 지나 성불하셨다고 합니다. 그 사이 포기하지 않고 수행의 여건을 기다리고 또 기다린 시간이 얼마나 많았을까 하고 새삼 느끼게 되니, 올해는 부처님 오심이 더 깊게 마음을 흔듭니다. 바로 그 부처님이 오신 날이 열흘 뒤로 다가 왔네요. 우리 모두 진심을 다해 봉축하고 봉축하고 또 봉축하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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