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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29 20:29
불교는 흔히 인연법이라고 합니다.
나는 인(因)이란 의도하는 일이고, 연(緣)은 예기치 않고 벌어지는 일로 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합니다.
이번 주말 나는 하동 옥산 신백두대간 우듬지 좌선대에 있었습니다. 첩첩산중 사이로 구름들이 비껴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사유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애쓰는 중이었는데, 서쪽 아래 진입로에서 두런 두런 사람 소리가 났습니다. 그럴 경우 대개 덤불 숲 너머 농막으로 내려가 산꾼들이 나를 못 보도록 합니다만, 막 잡아챈 사유의 주제를 놓기 싫어 그냥 자리보전하고 있었습니다. 얼핏 보니 대 여섯 명의 남성 산꾼들이 산행을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일행 중 갑자기 한 사람이 나를 알아보는 것이었습니다. 충북불교대학 여름 특강 교수님 아니시냐고 하며 반갑기 그지없는 표정이었습니다. 자신은 그 도량 제25기 회장으로 항상 제일 앞에 앉아 강의 듣지 않았느냐며 미소를 거두지 않았습니다. 나는 서울에 거주하고 그 불자님은 청주에 거주하는데도, 둘이 경상남도 하동 하고도 옥산 분기봉의 산 능선에서 그렇게 예기치 않게 만난 것입니다. 일행 중 누군가는 이런 게 연(緣)이지요 하고 말했습니다.
추석 연휴에는 작년과 같이 짧은 파리 여행을 하고 왔습니다. 우리 숙소 아파트는 어떤 성당과 담의 일부를 같이 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유럽에 가면 성당을 절처럼 생각하고 자주 들러 쉬었다 오곤 합니다. 해서 여행 이틀째인가 그 성당을 들러 보았는데, 성당 내부로 들어서자 마자 난생 처음 들어보는 엄청난 선율에 압도되었습니다. 약 30명 정도의 서양 사람들을 청중으로하는 조그만 연주회가 진행 중이었던 것입니다.
내 아내가 알아보니, 그 서양인들은 미국 크루즈 여행단이었는데 프랑스에 와서는 그 성당(saint Eustache)에서 파이프 오르간 연주 행사를 원래 계획해서 그날 즐기고 있었던 것입니다. 당연히 연주자도 유명연주자였고 곡도 엄선한 곡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그 성당에서 그런 행사를 벌였는가 했더니 프랑스에서 가장 큰 파이프 오르간이 설치된 성당이 그 성당이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가장 큰 그 오르간에 특화된 성당 공간에서 수준 있는 연주자의 종교성 넘치는 연주를 직접 들으니 어찌 그 선율에 압도되지 않았겠습니까!
역시 우리는 아무런 계획도 없이 예기치 않게 그 나라에서 가장 큰 오르간과 만났던 것이죠. 아마 그 오르간과 우리 가족과의 연(緣)이 남달랐던 모양입니다. 인(因)은 유정에게만 쓸 수 있지만 연(緣)은 무정물에게도 쓸 수 있다는 취지로 육식설에서 부처님은 설하셨죠.
인(因)이 거듭되면, 연(緣)을 일으키고, 연은 만남으로 인도하니, 그 만남이 인생의 두 가지 결정 요소 중 하나일 것입니다.
그러니 좋은 인을 거듭하면, 좋은 연을 일으키고, 좋은 연은 좋은 만남으로 인도하니, 그 좋은 만남이 우리 인생의 고비를 넘겨주기도 하는 것이겠죠.
나아가 도(道)의 인을 거듭하면, 도의 연을 일으키고, 도의 연은 선지식과의 내실 있는 만남으로 인도하니, 그런 도의 만남이 우리 인생의 일대사 인연을 해결해 주기도 합니다.
금번 불수회 법우들이 열 숟가락 운동에 동참했다는 소식을 보았습니다. 여느 달과 같이, 나의 부상으로 법회를 쉬었던 8월 달도 잊지 않고, 아울러 금번 9월 달에는 두 번씩이나 동참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아하 이들이 도의 인을 거듭하는구나 하는 기꺼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부디 그 인이 도연(道緣)으로 성숙하여 어느 예기치 않는 만남 속에서 일대사의 숙원을 푸는데 필수적인 기여를 할 것이라 여기며 치하하는 바입니다.
2019.09.30 00:39
2019.10.01 22:03
공부를 해 오면서 <인연>이란 단어에 무서움을 느껴서
함부로 쓰면 안 되겠다는 생각도 하였습니다.
그리도 쉽게 <인연>이란 단어를 사용하였던 것을 반성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한편, <좋은 인연>을 염두에 두고 살아야겠다는 다짐도 할 수 있었답니다.
많은 <인연> 중에 <도연>이 으뜸이지요.
현재 그 길에 함께하고 있음을 감사드립니다.
2019.10.02 07:57
교수님 강녕하신지묘
인과 연에 대한 법문 잘 읽었읍니다
나는 연이란 끈을 잘 맺고 있는지 다시한번
반성해봅니다 감사합니다
관세음보살 ( )
2019.10.02 22:36
선생님,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인, 연, 만남, 그리고 으뜸인 도연.
좋은 만남인 스승, 도량, 도반과의 인연을 중시하며
일대사 인연에 매진하려고 노력하겠습니다. ()()()
2019.10.12 05:58
도반님의 여러 도인을 짓는 모습에서 나도 저런 인연을 지어가는
공부를 계속하여야 한다면서도 , 그냥 그냥 지내버리고 마는군요.
건안하시고 강녕하십시오. 나무관세음보살
2019.10.03 11:42
늘 교수님께 죄송한 마음이 태산 같은데, 오히려 칭찬을 들으니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불교종립학교에서 도량을 나날이 발전시키고 인재불사를 한다는 합리화를 하면서 게으름에 빠져 지내고 있습니다. 올 가을에는 한 명이라도 선근 있는 행자를 찾아내서 아슈람 일 년 장학금을 주려고 합니다. 저도 부지런히 아슈람에 들러 법문 열심히 듣겠습니다. 문수가 절하옵니다_()_
2019.10.12 06:07
도반님. 불교종립학교의 교장선생님으로서 교사, 학생 들과 화합하고 솔선수범하는
자세들을 접하면서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아슈람 장학금까지도 생각
하신다니 정말 장하십니다. 같은 길을 걷는 도반으로서 감사의 전언을 드리며
건안하시고 강녕하십시오. 나무 관세음보살
2019.10.03 11:55
인연에 대한 교수님의 고귀한 말씀 감사드리며 잘 기억하고 노력하겠습니다.
2019.10.03 13:11
선생님 안녕 하셨습니까!
사모님과 즐거운 여행을 다녀 오셨군요.
우리는 이미 '도의 연' 으로 스승님을 만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맹 구 우 목' 의 교훈 처럼 그렇게도 만나기 어렵다는 ' 불법의 연'을 다음 생에도
꼭 만나려면 '인 연'을 어떻게 지어야 될까!
부처님 말씀 따라 논리적인 사유와 좌선 삼매 수행을 버릇되게 정진 하는 것만이
' 인연' 을 맺을수 있는 답이라고 생각해 봅니다.
아무 쪼록 다음 생에도 '불법 의 좋은 인연' 좋은 스승 좋은 도반님들 만나기를
간절히 염원 합니다.
나무 관세음보살 나무 관세음보살 나무 관세음보살.
2019.10.04 17:33
교수님의 가르침에 인연이 닿게되어 정말 다행이고 다행입니다.
2019.10.05 00:41
교수님 뵌 지도 여러달이 지났습니다.
강녕하신지요?
인.연.만남.그리고 으뜸인 도연.
좋은 연은 좋은 만남으로 인도하니 ...
그 연의 끈을 놓지 않겠습니다.
2019.10.10 14:16
*불수회 도반님들의 열숟가락운동 동참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군요. 고맙습니다.
8월,9월 두달간 2~3회에 걸친 동참소식은 도의 因을 거듭하여 도연(道緣)으로
성숙할 것입니다. 나무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2019.10.11 13:36
부처님께서 여래에게 보시한 공덕보다 승단에 보시한 공덕이 더 크다고 하신 법문이 생각납니다.
'불 수 회' 법우님들이 <아 슈람, 과 불 국 토> 건설에 불사의 보시 를 잘 실천 하시는 군요.
스승님께서 지금의 '인' 이 '도의 연' 을 맺어 '일대사 의 숙원'을 이루게 될 것이라고
불 수 회 를 치하 하심을 보니
함께 공부하는 도반으로서 신심이 일어납니다.
나무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2020.01.31 23:30
부처님 법을 만난 인연에 감사드리고
최봉수교수님 만난 인연에 감사드립니다.
교수님 건강을 기도드립니다 _()_
*프랑스의 성당에서 들어셨던 파이프 오르간의 연주가 귓전을 맴도는 것 같습니다.
강녕하시온지요. 소식 들어며 죄송한 마음에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좋은 인연의
끈으로 사제간의 일대사 숙원이 이루어지길 기원합니다. 나무 관세음보살